시합 중 상대 패버려도 상관 없던 조선시대 스포츠 

시합 중 상대 패버려도 상관 없던 조선시대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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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번지점프중에 하다
 
 
놀랍게도 그 스포츠란 바로 씨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씨름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이것이겠지만 
 
 
 
 
사실 이건 일제 강점기를 기점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오면서 정형화된 형태에 가까우며,
 
좀 더 과거로 시간을 돌려 보면 과연 야만의 시대전근대 답게 명절 날 스포츠로 했던 씨름도 숭악하기 그지 없는 형태였다.
 
 

 
 
위의 사진들은 김준근이라는 조선 후기 풍속 화가가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샅바만 잡지 않고 바지를 잡거나, 대놓고 상대의 머리카락을 잡고 시작하는 걸로 모자라 상대가 허리를 뽑아들자 발목으로 다리를 걸고 상대의 허리랑 상투를 잡고 버티는 아주 비매너적인 전문적인 방어법까지 보여준다.
 
 
(이미 이 시점에서 조선 시대의 씨름은 일종의 착의 레슬링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 나온 모습들은 그나마 양반에 가까운데, 사료는 더 골 때리는 일화들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조선왕조실록의 게장대왕 영조실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임금이 기백(畿伯)이 아뢴 살옥(殺獄)에 대한 일로 인하여 하교하기를,
 
"이후 저자 거리에서 '씨름하며 치고 때리는 일'이 있을 경우에는 살인(殺人)의 여부를 논할 것 없이 그 관사(官司)에서 엄중히 장(杖) 1백 대를 때리도록 하라. 일찍이 듣건대 평양(平壤)에서는 상원일(上元日)에 석전(石戰)을 벌인다고 하니, 장(杖)으로 치는 것도 오히려 그러하였는데, 더욱이 돌멩이이겠는가? 관서에 분부해서 일체 엄중히 금지하게 하고, 경중(京中)에서 단오에 벌이는 씨름과 원일에 벌이는 석전을 포청에 분부해서 이를 범하는 자는 종중결곤(從重決棍)하게 하라." 하였다.
 
-영조실록 117권, 영조 47년 11월 18일 갑인 3번째기사 
 
일단 이게 씨름 하다 사람이 죽은 사건을 왕에게 보고하고 나서 왕이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다.
 
골 때리는 건 하교 시작 부분의 '씨름하며 치고 때리는 일'이라는 대목인데, 해당 문장을 한자 원문 '此後場市角觝敺打' 으로 보면 의미가 더욱 분명해 진다.  
 
 

 
'敺打(구타)' 
 
그렇다. 구타다. 
 
다시 말해 치고 때리는 씨름을 하다 사람이 죽었으니, 앞으론 누가 죽었니 안 죽었니를 따지지 않고 이러한 방식의 씨름을 아예 금지한다는 하교를 내린 것이다.
 
당황스러운 사실은 이게 유달리 특별한 케이스라고 보기도 애매하다는 것으로, 그 이유는 과거로부터 전해져 온 구전들이 설명하는 씨름의 모습이 오히려 위의 사례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동기문. 한양서원에서 역대 인물들의 전기 · 일화들을 모아 1926년에 간행한 전기.)
 
 
위인전 느낌의 책인 '대동기문'에는 효종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갈 때 동행한 김여준이라는 무관이 청나라 장수의 도발에 응해 씨름을 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 묘사가 다음과 같다.
 

 

"주먹으로 번개같이 그(청나라 장수, 우거)의 콧구멍을 냅다 지르니, 우거가 고개를 돌려 피하므로 잽싸게 그의 허리를 껴안고 번쩍 들어 섬돌 모서리에다 내리 문지르니 우거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 
 

 
쉽게 말해 주먹을 내질러 상대의 반응을 유도한 다음 기습 태클로 상대를 번쩍 들어 올려 섬돌에 머리를 찧어 죽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씨름 경기에서'말이다.
 
 
(그러니까 딱 이 기술로 상대를 골로 보냈다는 것)
 
 
이외에도 조선시대의 대표적 야담집인 어우야담(於于野譚)에 나타나는 일화들을 보면 '씨름을 익힌 장사가 마을에 나타난 멧돼지를 잡는 이야기'나, 
 
'씨름 실력으로 으스대던 스님이 미역 장수에게 내기를 걸고 씨름을 했다가 멱살(?!)을 잡힌 채로 패대기 쳐진 이야기'들이 있는데 전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평화로운 씨름의 이미지보단 
 
 
 
 
이런 식으로 누구를 붙잡아 때리고 패대기치는 복싱+레슬링을 합친 형태에 가까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씨름 하다 또 사람이 죽었으니 씨름을 금지하라는 하교가 툭하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이 정도면 명절 날 동네 씨름판에서도 시합을 명목으로 평소에 싫어하던 놈의 강냉이를 추수하는 것도 쌉가능이었을 거라는 말인데, 대체 조선은 어떤 나라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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