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문체부 "배드민턴 非국대 출전제한 폐지추진…회장 횡령 가능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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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14:00
문체부 조사 중간 브리핑…'선수 복종' 규정 폐지 권고
후원 관련 "경기력 직결 용품은 선수 결정권 존중해야"
"일부 임원, 규정 위반한 '성공 보수' 받아"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이정우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2024.9.1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는 배드민턴 비(非)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 규정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선수의 복종을 규정한 협회 규정에 대해서도 폐지를 권고했고, 이른바 '페이백' 의혹이 제기된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에 대해선 횡령·배임 가능성을 지적했다.
문체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현재까지 국가대표 선수단 48명 중 22명에 대한 의견 청취가 이뤄졌고 최종 조사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협회와 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해 작심 발언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착수됐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2024.9.10 [email protected]
◇ "非국대 출전 제한, 직업행사 자유 제한"
문체부는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을 비롯해 국가대표 임무 규정과 선발 방식, 실업선수 연봉 계약 등에 걸쳐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 규정은 비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국가대표 활동 기간(5년), 연령(여자 27세, 남자 28세) 등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승인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44개) 가운데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배드민턴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체부는 "미국, 일본, 덴마크, 프랑스에도 제한이 없고 국가대표 선수단 대다수는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한다"면서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선수는 지도자·협회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에 대해선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후 체육계에서 공식 폐지됐음에도 잔존하는 규정"이라며 즉각 폐지를 권고했다.
경기력 70%, 평가점수 30%로 복식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방식에 대해선 "추첨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객관적 실력과 무관하게 선발되는 역기능도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대안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신인 실업 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는 "선수 연봉을 하향 평준화하고 실업팀 이익에 부합하는 불합리한 제도다. 최대한 빨리 대안을 도출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2024.9.10 [email protected]
◇ "협회장, 횡령·배임 가능성…보조금법 위반"
문체부는 김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유용 등 '페이백' 의혹에 대해선 횡령·배임죄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약 1억5천만원 규모의 후원 물품을 페이백으로 받았다. 올해에는 1억4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협회가 이렇게 받은 후원 물품을 공식 절차 없이 배부했다며 "작년에는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하면서 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4천만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현재 파악한 상황만으로도 보조금관리법 위반이자 협회의 기부·후원물품 관리 규정도 위반했다"면서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있다. 이미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2022∼2024년 후원사와 수의계약으로 총 26억원 상당 용품을 구매한 점도 보조금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협회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에 장부 작성·세무 조정 명목으로 약 1천600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문체부는 "국고보조금 운영관리 지침은 임직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보조금법 위반행위에 대해 교부 결정 취소, 보조금 반환 명령, 제재부가금 부과 등 처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2024.9.10 [email protected]
◇ "경기력 직결 용품은 선수 결정권 존중 필요"
협회가 개인 후원을 과도하게 제한하면서도 후원사로부터 받은 보너스를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정황도 지적됐다.
협회 규정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라켓, 신발처럼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까지 후원사 물품 사용을 예외 없이 강제하는 경우는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 가운데 배드민턴과 복싱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작년 2월 협회 이사회에서 신발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으나 회장이 반대해 현행대로 결정됐다"면서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은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신속한 개선을 위해 협회 후원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을 시 후원사가 협회에 지급한 보너스가 선수에게까지 잘 전달됐는지 여부도 문체부는 들여다보고 있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단은 해당 (보너스) 계약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2019년 후원사 변경 후에는 보너스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A사가 후원사였던 2018년까지는 후원사가 선수단에 직접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지만, B사로 바뀐 현재는 협회가 지급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대한도도 기존엔 없었으나 현재는 연 15만 달러다.
문체부는 전체 후원금의 20%를 선수단에 배분하는 규정이 2021년 6월 삭제된 것에 대해선 "협회가 선수단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경위와 해당 예산의 사용처를 파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수가 유니폼에 개인 후원사 로고를 1개 노출할 수 있지만, 협회가 로고 노출 허용량(5개)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새롭게 파악됐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2024.9.10 [email protected]
◇"일부 임원, 규정 어기고 후원 유치 명목 인센티브 받아"
정부 보조사업 외에도 협회의 전반적인 운영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협회 규정은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고 자신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특정 법인에 후원·협찬을 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지만, 일부 임원은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유치 금액의 10%를 인센티브(성공 보수)로 받았다.
임원 2명이 재작년과 작년 4개 대회 당시 총 6억8천만원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6천8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협회 임원진 개인 통장으로 지급된 직무수행 경비와 회의 참석 수당·여비는 총 3억3천만원가량이었다.
문체부는 "임원의 해외 대회 참가 항공료와 식비, 숙박비 등은 현재 파악하고 있다"면서 "방만한 운영과 불요불급한 수당이 아닌지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협회 이사가 배드민턴단 감독으로 있는 후원사의 물품을 공인구로 지정하고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불공정하게 운영한 점도 브리핑 내용에 포함됐다.
국가대표 후원 물품 내용을 수기로 작성하는 등 부실하게 관리하고 그중 일부는 협회 이사, 원로 등에게 지급된 사실도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