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두 팔 없이 센강 헤엄친 '철인' 김황태…트라이애슬론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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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 20:00
경기 보조인 아내와 함께 첫 꿈의 무대서 우뚝
"김진희 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파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에서 완주의 꿈을 이룬 '철인' 김황태(47·인천시장애인체육회)가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김황태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부근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남자 트라이애슬론(스포츠등급 PTS3)에서 1시간24분01초 종합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등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황태는 PTS3 출전 선수 중 장애 정도가 가장 중하다.
두 팔이 없는 김황태는 허릿심으로 수영해야 하는데, 이 세부 종목에서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크게 난다.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750m, 사이클 20㎞, 육상 5㎞ 코스 합산 기록으로 최종 순위를 정한다.
김황태는 첫 종목인 수영에서 센강의 심한 유속과 싸웠다. 몸이 계속 밀려나자 김황태는 주로 배영으로 물살을 헤쳤다.
그는 이를 악물고 헤엄쳤지만, 24분58초나 걸렸다.
1위 선수와는 13분 이상 차이 났다.
수영을 하다가 허벅지에 무리가 가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사이클과 육상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기록이 나왔다.
사이클은 35분 29초로 7위, 육상은 21분 19초로 5위였다.
김황태에겐 성적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물을 흘리며 "(아내인) 김진희 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진희 씨도 "완주해줘서 고맙다"라고 울먹였다.
아내 김진희 씨는 김황태의 핸들러(경기 보조인)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핸들러는 종목과 종목 사이에서 준비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주로 선수의 경기복 환복과 장비 착용을 돕는다.
핸들러의 역할은 중요하다. 트랜지션(환복을 포함한 다음 종목 준비 과정) 시간이 모두 경기 기록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날 김황태와 김진희 씨의 트랜지션 소요 시간은 1분 6초로 11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짧았다.
김황태는 2000년 8월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가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었다.
김황태는 사고 후 1년 동안 절망에 빠져 살다가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패럴림픽 출전의 꿈을 인생의 목표로 삼은 김황태는 육상, 노르딕스키, 태권도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했다.
그러나 쉽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부상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두 팔이 없는 선수가 경쟁할 수 있는 스포츠등급 종목도 많지 않았다.
김황태는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전향했다.
이때부터 아내 김진희 씨는 남편의 꿈을 위해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
김 씨는 남편이 출전한 모든 국내외 대회에 동행해 트랜지션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