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우린 한 번, 너흰 0번!'

손흥민의 소속팀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를 향한 레스터 시티 '베테랑 골잡이' 제이미 바디(37)의 도발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레스터 시티는 20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토트넘이 전반 29분 제임스 매디슨의 크로스에 이은 페드로 포로의 헤더로 선제골을 뽑았다.

그러자 레스터 시티는 후반 12분 바디의 골로 응수했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압둘 파타우가 올린 크로스를 바디가 골대 앞에서 머리로 받아 넣었다.

경기 뒤 승패보다 더 화제를 모은 건 바디가 후반 34분 교체되면서 한 도발적인 행동이었다.

천천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던 바디는 원정 응원을 온 토트넘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토트넘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언쟁하기도 했다.

흥분한 바디는 유니폼 오른 소매의 EPL 로고를 가리킨 뒤 오른 검지 손가락을 세워 '1'을 강조했다.

이어 토트넘 팬들을 가리키더니 엄지와 검지로 '0'을 표현했다.

EPL 우승을 레스터 시티는 1회 했으나 토트넘은 한 번도 못 했다는 얘기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빅클럽 중 하나로 꼽히면서도 정작 EPL 정상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한 토트넘 팬들의 아픈 구석을 제대로 찌르는 도발이었다.

바디와 레스터 시티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근거 있는' 도발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대도시인 런던에 연고를 둔 토트넘과 달리 레스터 시티는 인구 35만명의 중소도시 클럽이다.

1부보다 하부 리그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긴 레스터 시티는 2015-2016시즌 스타 선수들로 가득한 빅클럽들을 줄줄이 거꾸러뜨리고 EPL 우승을 차지하는 동화를 썼다.

당시 24골을 폭발한 바디는 동화의 주인공이었다.

아마추어 8부 리그부터 한 계단씩 올라가 1부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본 바디의 드라마에 축구 팬들은 열광했다.

하부 리그 시절 구단에서 주는 급여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공장에서 '투잡'을 뛴 스토리는 '보통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줬다.

바디는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뽑혀 26경기 7골을 기록했다.

레스터는 2022-2023시즌을 18위로 마쳐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됐으나, 곧바로 우승하며 한 시즌 만에 EPL로 복귀했다.

그 과정에서 레스터와 계약을 연장하며 '의리'를 지킨 바디는 팀의 EPL 복귀를 신고하는 골까지 터뜨렸다. 토트넘 상대로 통산 8번째 골을 기록하며 유독 강한 면모를 재확인한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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