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도쿄서 '말' 때문에 울었던 근대5종 선수, 이번에도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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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 22:00
'승마 제외' 계기 된 칠레켄스, 위기 속 완주…'0점' 사례 또 이어져
(베르사유[프랑스]=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말(馬) 때문에 눈물을 쏟았던 근대5종 선수가 이번에도 말로 인해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10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 준결승을 치른 독일의 아니카 칠레켄스는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때 승마 경기에서의 사건으로 유명해졌던 선수다.
결혼 전인 도쿄 올림픽 때 '아니카 슐로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했던 그는 펜싱, 수영을 치른 뒤 선두를 달리며 메달을 기대했으나 이어진 승마에서의 좌절로 꿈을 접어야 했다.
승마에서 만난 말 '세인트 보이'가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등 말을 듣지 않아 완주하지 못하며 '0점'을 받으면서다.
탈 때부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인트 보이' 때문에 눈물이 맺혔던 칠레켄스는 펑펑 울면서 경기를 이어갔으나 결국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겼다.
당시 선두였던 칠레켄스가 승마 이후 30위 밖으로 밀려나 대회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자 승마 경기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말을 추첨으로 배정받아 20분 남짓 파악한 뒤 경기에 나서야 하는 게 '복불복'이라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칠레켄스의 코치가 채찍질을 더 강하게 하라고 외치고 주먹으로 말을 때린 점도 드러나면서 말과 제대로 교감할 시간 없이 채찍질해가며 달리게 하는 것이 '동물 학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후 논의에 착수한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몇 개월 만에 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서 승마를 제외하기로 전격 결정,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만 승마 경기를 포함하기로 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부터는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장애물 레이스로 대체된다.
승마가 열리는 마지막 올림픽에 다시 출전한 칠레켄스는 이날 또 승마 때문에 당혹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다.
펜싱 랭킹 라운드 18위에 오른 뒤 이날 나선 준결승 승마 경기에서, 말 '아레초 데 리버랜드'가 한 차례 장애물에 걸린 뒤 멈춰 선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큰 문제는 없이 완주에는 성공했고, 시간 초과 감점 등을 포함해 칠레켄스는 승마에서 A조 18명의 선수 중 15위에 해당하는 275점을 기록했다.
5개 종목을 모두 합한 최종 점수는 1천387점으로, 조 10위에 그치며 상위 9명에게 주어지는 결승 출전권을 2점 차로 놓쳤다.
칠레켄스는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도쿄 이후 힘든 시간을 겪었는데, 돌아올 수 있어서 기뻤다. 올림픽에서 행복한 마지막 결과를 위해 돌아오고 싶었다"면서 "내가 원했던 '할리우드 스토리'는 없었지만, 올림픽에 다시 나서기로 한 결정에 만족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나는 근대5종에서의 승마 경기를 항상 좋아했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변화의 시간이 있었다"면서 "새로운 세대는 새 형식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여자 준결승에선 같은 독일 선수인 레베카 랑레어가 승마에서 '0점'을 받았다.
랑레어는 준결승을 앞두고 낙마하면서 승마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독일 dpa 통신은 "랑레어가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심판은 그를 말에 탈 수 없도록 했다. 항의가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남자부에서는 펜싱 랭킹 라운드 1위(245점)였던 올렉산드르 토브카이(우크라이나)가 전날 준결승에서 말이 장애물 넘기를 여러 차례 거부하면서 승마 0점을 받았고, 그 여파로 탈락하는 불운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