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경쾌한 몸놀림으로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진출한 우상혁(28·용인시청)이 이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본다.

우상혁은 7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ｍ27을 넘어 공동 3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메달 색을 가를 결선은 11일 오전 2시에 열린다.

예선이 끝나고 만난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3년 동안 준비한 걸, 오늘 50% 보여주며 결선에 진출했다. 기쁜 하루"라며 "한국시간으로 저녁 시간에 응원해주신 한국 팬들께 약속을 지켜 기분 좋다"고 웃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우상혁은 예선에서 2ｍ28을 넘어 공동 9위로 결선행 티켓을 따내더니, 결선에서 2ｍ35의 당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트랙&필드 사상 최고인 4위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공동 3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을 통해 준결선 또는 결선 진출자를 가리는 올림픽 육상 트랙&필드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2회 연속 결선에 진출한 건, 우상혁이 처음이다.

공동취재구역에서 기록에 관해 들은 우상혁은 "나이스"라고 외치며 "기분 좋다. 올림픽이니까, 예선도 결선처럼 뛰자고 생각했다. 예선을 잘 마무리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님과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감독님이 '올해 가장 좋은 점프가 나왔다'고 했는데, 내 느낌도 그렇다"며 "그동안 많은 대회를 치렀는데, 이곳 트랙이 정말 좋더라. 내게 딱 맞는 트랙"이라고 덧붙였다.

예선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한 우상혁은 결선에서 더 높이 날아오를 생각이다.

우상혁은 "도쿄에서는 내가 불운한 4위이자, 기쁜 4위였다"며 "파리에서는 이왕 하는 거, 시상대 꼭대기 올라가고 싶다. 애국가 한 번 울려보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우상혁은 2ｍ35을 넘고도 메달을 얻지 못했다.

2ｍ35을 뛴 점퍼가 올림픽 시상대에 서지 못한 건,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33년 만이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우상혁은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했다.

우상혁은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ｍ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ｍ35) 2023년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ｍ35) 등 그동안 한국 육상이 상상하지도 못한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미 한국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가 됐지만, 올림픽 메달까지 수확하면 그의 이름이 더 빛날 수 있다.

광복 이후 한국 육상이 배출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1992년 바르셀로나 황영조(금메달)와 1996년 애틀랜타 이봉주(은메달), 단 두 명뿐이다. 두 개의 메달은 모두 도로 종목인 마라톤에서 나왔다.

한국 육상이 트랙&필드에서 올림픽 메달을 딸 가장 좋은 기회를 우상혁이 만들었다.

우상혁은 "오늘 (현지시간으로) 오전 경기에서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점프는 올 시즌 중 가장 좋았다"며 "10만 관중(실제 8만 관중)에 육박하는 팬들 앞에서 올림픽 경기를 치러 기분 좋았다. 결선에서는 대한민국 육상 선수라는 자부심을 안고, 더 높이 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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