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성 복서' 칼리프 여자부 출전 논란…공정이 뭔지 세상에 질문

[에스티비] [올림픽] '여성 복서' 칼리프 여자부 출전 논란…공정이 뭔지 세상에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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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스포츠뉴스관리자

국제복싱협회, 'XY 염색체 보유' 발표…이외 구체적 검사 결과엔 함구

IOC "여성으로 태어나고 여성으로 자랐다"…'성적 발달 차이' 선수 가능성도 제기

이마네 칼리프(왼쪽)
이마네 칼리프(왼쪽)

[EPA=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알제리의 '여성 복서' 이마네 칼리프(26)를 둘러싸고 성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칼리프는 여성으로 태어나고 자랐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불식되지 않는 논란이 공정성 문제로 번지는 흐름이다.

칼리프에 대한 '검증 가능한' 생체 정보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 전에 칼리프를 '의학적 이유'로 실격 처리했다.

러시아 선수 아잘리아 아미녜바를 꺾은 직후였다. 대만의 린위팅(28)도 같은 이유로 이 대회 동메달을 박탈당했다.

러시아 출신의 우마르 클레믈레프 회장은 같은 달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DNA 검사 결과 칼리프가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보유한 걸로 파악돼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IBA는 이 인터뷰 외 구체적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불거지자 성명을 내고 "두 선수가 테스토스테론 검사를 받지는 않았지만 별도 공인된 검사가 진행됐다"며 "이들이 다른 (여성) 선수와 경쟁할 때 우위인 부분이 확인됐다"고만 밝혔다.

IBA가 '기밀'을 고수해 검사 결과 진위를 비롯해 테스토스테론, 폐의 헤모글로빈 수치, 골밀도 등 무엇이 얼마나 우월한지 알 방법은 없다.

이마네 칼리프
이마네 칼리프

[AP=연합뉴스]

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이런 결정을 내린 IBA를 놓고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조직'이라 표현한다. IBA의 실격 처분도 정당한 절차가 없는 자의적 결정이라 비판한다.

IOC가 지난해 심판 편파 판정, 재정난, 승부조작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IBA를 사실상 퇴출하는 등 두 기관은 대립하는 사이다.

올림픽 복싱 경기를 운영하는 주체도 IBA가 아니다. IOC가 설립한 임시기구, 파리복싱유닛(PBU)이다.

그렇다면 IBA 대신 IOC가 칼리프의 신체를 정밀하게 검사하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다.

그러나 IOC는 인권 문제로 2000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중 염색체 검사를 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 중 이를 진행할 계획도 없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예전의 검사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지뢰밭'이라 표현하며 비판했다.

그는 "모두 간단한 설명을 원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가 흑백으로 딱 떨어지길 원한다"며 "그런 방법은 없다. 과학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칼리프가 여성으로 태어났고,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칼리프가 나고 자란 알제리 사회가 그를 여성으로 인정해왔다는 의미에서 IOC가 '여권상 여성'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우마르 클레믈레프 국제복싱협회 회장
우마르 클레믈레프 국제복싱협회 회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현재로서는 전문가들도 섣부른 단정은 자제한다.

다만 IBA 측의 발표를 토대로 칼리프가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선수'일 수 있다는 추측은 나온다.

여자로 분류됐으나 남성 호르몬이 일반 여성보다 월등하게 많이 분비돼 운동능력 격차를 보이는 선수들을 일컫는다.

대표적 DSD 선수가 육상의 캐스터 세메냐(남아프리카공화국)다. 많은 전문가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7∼10n㏖/L로 본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 남성은 7.7∼29.4n㏖/L이다.

토미 룬드베리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원은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칼리프, 린위팅의 정확한 신체정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성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 세메냐와 같은 경우라고 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룬드베리 연구원은 테스토스테론 억제 요법이 근육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2020년 월드럭비가 세계 최초로 여자부 국제 대회에 성전환 선수 출전을 전면 금지하도록 이끌었다.

그는 사춘기를 남자로 보내고 여자로 전환한 선수는 근육량, 골밀도 등에서 '남성의 이점'을 얻은 터라 일반 여성과 경쟁이 불공하다고 본다.

하지만 DSD 선수는 성전환 선수와 다르다. DSD 선수를 두고 공정성을 따지는 작업이 더 복잡하다.

결승선 통과하는 세메냐
결승선 통과하는 세메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이런 경쟁 우위를 인위적으로 획득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으로 인한 태생적인 신체 우위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이 선수들의 여자부 대회에 출전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논쟁적인 영역이다.

룬드베리 연구원은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점을 지닌 DSD 선수들을 함께 경쟁시키는 건 여성 선수의 안전·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거라고 본다. 그래서 IOC가 제시한 '여권상 분류'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 선수들을 '스포츠 천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위적으로 취득한 게 아니니 공정성을 해치는 부당 이득으로 보기 어렵다는 거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손목, 발목, 팔꿈치에 이중 관절을 지닌 데다 194㎝ 신장에 특출나게 상체와 팔이 길다. 수영에 유리하게 태어났다.

선수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쏟아부은 노력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게 스포츠의 전제 조건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일본 농구선수 도가시 유키(167㎝)와 키 차이로 화제가 된 빅토르 웸반야마(프랑스·222㎝)도 신장, 팔 길이, 운동능력에서 태생적으로 우월하다.

스포츠에서 '공정의 본질'이 뭐냐는 논쟁이 이어지지만 일단 세계육상연맹은 세메냐와 같은 선수가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춰야 여자부로 나설 수 있도록 규제한다.

빅토르 웸반야마와 도가시 유키
빅토르 웸반야마와 도가시 유키

[로이터=연합뉴스]

세메냐 측의 반발에 2019년, 3개월 가까이 사건을 심리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연맹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육상연맹의 규제가 차별적이지만 다른 여성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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