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4년 뒤 올림픽 주인공은 나" 금빛 화살 꿈꾸는 10대 궁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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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 08:00
'올림픽 3관왕' 임시현 선수 모교 서울체육고 양궁부
폭염에도 맹훈련…임 선수 응원 영상 찍어 보내기도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서울의 낮 최고온도가 30도를 훌쩍 넘겨 폭염 경보가 발령된 지난달 31일 오후 2시께 송파구 서울체육고 야외 양궁장.
쉼 없이 흐르는 구슬땀에도 팽팽히 활시위를 당기고 과녁에 집중하는 학생 10여명의 눈빛에는 사뭇 비장함까지 서렸다.
모두가 쉬는 여름방학에도 4년 뒤 올림픽 주인공을 꿈꾸며 묵묵히 화살을 쏘는 이들은 서울체육고 양궁부 소년·소녀 궁사들이다.
이들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3관왕의 대기록을 쓴 임시현(21·한국체대) 선수의 후배들이기도 하다.
점심 식사 후 오후 훈련 전까지 모여 웃음꽃을 피우던 학생들의 미소는 연습이 시작되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들은 6일 경북 예천에서 한국중고양궁연맹이 주최하는 전국대회 출전을 앞두고 맹훈련 중이라고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양궁부 학생들의 일과는 여느 고교생과는 확연히 다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오후, 야간을 포함해 매일 9시간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다. 주 3회 새벽 훈련까지 더하면 온전한 휴식은 일요일만 가능하다.
쉴 새 없이 활시위를 당겨댄 손에는 크고 작은 상처와 굳은살이 박였지만, 학생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진지하게 운동에 임하고 있었다.
양궁을 시작한 시기와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학생들의 목표는 모두 같다. 바로 세계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머쥐는 것이다.
6년 전 스포츠클럽에서 취미로 활을 처음 잡았다는 3학년 오정아 양은 "쏜 화살들이 한곳에 모일 때 쾌감을 느낀다"며 "국가대표 선배들이 올림픽에서 선전하면 한국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 스트레스 없이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1학년 성하준 군도 "가깝게는 올해 10월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고, 실력을 키워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총 12명의 역대 국가대표를 배출한 학교답게 서울체육고 양궁부 중 황하정(18), 최은(17), 정우진(19), 지호준(19) 학생은 국가대표 후보 하계 훈련으로 진천선수촌에 합숙 중이다.
최근 양궁부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는 자랑스러운 선배인 임시현 선수다. 학생들은 파리 올림픽 출전에 앞서 임 선수를 응원하는 영상을 찍어 직접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임 선수가 제자 중 첫 국가대표라는 양궁부 민수정 코치는 "시현이는 고교 시절부터 기술 습득이 빠르고 근성이 남달랐다"며 "주말에 집에 갈 수 있어도 학교에 남아 훈련에만 집중한 성실함이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 코치는 "시현이를 통해 우리 학생들도 국가대표가 되고 세계 무대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껴 저마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껏 돕고 싶다"고 했다.
모교에서 지도자로 일한 지 3년째인 최지혜 코치도 "학생들이 천천히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좋아하는 운동을 부상 없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해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운동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뿐, 진학과 진로라는 또래의 현실적 고민도 털어놨다.
현재 양궁은 16개 대학팀과 15개 실업팀이 있지만 전체 양궁 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모집 인원이 부족해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양궁으로 서울에 진학할 수 있는 학교는 한국체육대학교가 유일하다.
한 학생은 취재를 마친 기자에게 쑥스럽게 양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올림픽 때 특히 양궁을 많이 응원해주시는데, 저희는 4년 마다가 아니라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어요. 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