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사브르가 다했다…'금 2개' 목표 달성한 한국 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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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 07:00
남자 사브르서 사상 첫 '2관왕' 탄생…여자 사브르는 첫 단체전 결승행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이기고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원, 오상욱, 구본길, 도경동, 원우영 코치. 2024.8.1 [email protected]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한국 펜싱이 '본고장' 격인 프랑스에서 개최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멀티 골드'라는 수확을 남기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여자 사브르 단체전을 끝으로 한국은 파리 올림픽 펜싱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번 대회는 4일 남자 플뢰레 단체전을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있으나 이 종목에는 우리나라가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개회식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부터 이어진 파리 올림픽 펜싱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현재까지 이번 대회 펜싱에서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딴 국가는 한국 외엔 미국(금2·은1·동1)과 홍콩(금2)뿐이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선수단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진 가운데 대한체육회로부터 '금메달 2개' 기대를 받던 펜싱 역시 여느 때보다 쉽지 않은 대회가 될 거란 예상이 대표팀 안팎에서 주를 이뤘다.
직전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출전했던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을 비롯해 각 종목을 대표하던 선수 다수가 은퇴하거나 이번 대회엔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 간판 종목인 남자 사브르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오랜 기간 단체전 호흡을 맞춘 멤버 중 절반인 2명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며 올림픽 직전 1년이 되지 않는 사이에 급격한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등 변수가 이어졌다.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오상욱이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헝가리와 결승에서 승리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뒤 원우영 코치를 헹가래 치고 있다. 2024.8.1 [email protected]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 펜싱은 파리의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그랑팔레의 꼭대기에 두 번이나 태극기를 올려 자존심을 세웠다.
단일 올림픽에서 펜싱 금메달 2개가 나온 건 역대 최고의 대회로 꼽히는 2012년 런던 올림픽(금2·은1·동3) 이후 12년 만이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에이스'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금메달을 목에 걸어 2016년 남자 에페의 박상영 이후 8년 만에 개인전 우승자가 나왔다.
특히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선 이전까지 김정환의 동메달(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이 최고 성적이었는데, 오상욱이 처음으로 결승 진출에 이어 금메달까지 일궜다.
오상욱을 필두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호흡을 맞춘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여기에 윤지수, 전하영(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가 호흡을 맞춘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프랑스를 격파하고 사상 첫 결승 진출과 은메달을 더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에선 도쿄 금메달 멤버 김정환, 김준호가 떠난 자리에 기용된 2000년생 박상원과 1999년생 도경동이 인상적인 활약으로 새로운 '어펜져스'의 시대를 예고했다.
단체전에서 후보 선수로 대기하다가 30-29로 쫓기던 헝가리와의 결승전 7라운드에 전격 투입돼 5-0 경기를 만들어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도경동의 맹활약은 이번 대회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은혜, 윤지수, 최세빈, 전하영, 이국현 코치. 2024.8.4 [email protected]
여자 사브르에선 세계랭킹 1위이자 금메달 후보이던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잡고 개인전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한 2000년생 최세빈, '에이스'의 상징인 단체전 마지막 주자를 도맡은 2001년생 전하영이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 됐다.
사브르의 성과는 돋보였으나 다른 종목의 분발은 숙제로 남았다.
한국은 도쿄 대회 땐 남자 사브르와 에페, 여자 사브르와 에페 단체전에 출전권을 획득해 4종목 모두 단체전에서 입상하는 쾌거 속에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등 총 5개의 메달을 따냈으나 이번엔 출전 종목 수와 메달 모두 줄었다.
도쿄 올림픽 은메달 멤버가 그대로 나선 데다 팀 세계랭킹 2위를 달리고 있어서 내심 금메달까지 바라보던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프랑스에 덜미를 잡혀 8강 탈락한 것은 특히 아쉽게 남는다.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대비해 계속된 세대교체를 비롯한 전반적인 재정비 시기를 맞게 될 대표팀의 변화가 주목된다.
파리 현지서 선수단 총감독 역할을 한 조종형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은 "사브르의 경우 세대교체가 잘 이뤄져 더 오래 국제 무대에서 주도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선 거로 보인다. 많은 훈련량은 물론 선수-지도자 간 소통의 결과물"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플뢰레와 에페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만큼 함께 올라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