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세상 떠난 아버지·어머니에게 바치는 메달 '나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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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 09:00
배드민턴 정나은·조정 앤더슨 등 메달 획득 후 엄마·아빠와 사연 공개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김원호-정나은 조가 중국 정쓰웨이-황야충 조를 상대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8.2 [email protected]
(파리=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올림픽 메달은 대부분 스포츠 선수에게 평생의 꿈이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도 2024 파리 올림픽 단식 결승에 오르고 나서 "이 순간을 20년간 기다렸다"고 말했다.
37세인 그는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24번이나 우승한 톱 랭커지만 올림픽에서는 5번째 출전에서야 처음 단식 결승에 올랐다.
사실 웬만한 선수에게는 올림픽 메달이 문제가 아니고, 출전 자체도 쉽지 않은 목표다.
이번 대회에서도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는 함께 기뻐해 줄 부모님을 더 그리워하게 된 선수들이 팬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하고 있다.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정나은(화순군청)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연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나은은 "엄마 핸드폰에 저장된 내 이름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나은'이었다"며 "엄마와 약속한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 엄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정나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참일 때 모친상을 당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아직 경기를 치르기 전인 역도 박혜정(고양시청)도 올해 4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특히 태국 월드컵 출국 전에 어머니 부고를 받고도 2위에 오르며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당시 "어린 나이에 무척 힘든 일을 겪고도, 묵묵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좋은 기록을 냈다"고 말했다.
영국 조정 선수인 롤라 앤더슨은 하늘에서 지켜볼 아버지를 언급했다.
조정 여자 쿼드러플 스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앤더슨은 "14살 때인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보고 영감을 받아 언젠가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는 일기를 쓴 적이 있다"며 "나중에 부끄러워서 버렸는데, 아버지가 그 일기장을 찾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내게 다시 보여주셨다"고 털어놨다.
앤더슨이 그 일기를 쓴 지 7년이 지난 2019년이었다고 한다.
당시 앤더슨의 아버지는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올림픽 금메달 꿈을 적은 딸의 일기장을 보여주며 격려한 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나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앤더슨은 "아버지가 오늘 결과를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고, 오늘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고 기뻐했다.
호주 사이클 선수 사야 사카키바라는 오빠를 생각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이클 BMX 레이싱에서 우승한 사카키바라의 오빠 카이 사카키바라도 사이클 선수다.
그런데 2020년 대회 도중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과정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거의 2개월간 의식을 찾지 못했을 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카이는 이후 의식을 되찾고 이날 여동생의 올림픽 금메달 현장에 직접 응원을 왔다.
사야는 "이번 주 초에 코로나19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관중석에서 오빠의 모습을 보고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야는 애인인 로맹 마위(프랑스)도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기쁨이 두 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