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여자 사브르 '레전드' 김지연 "후배들에게 잘 물려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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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 09:00
"한국 사브르 강세는 '발' 덕분…여자 대표팀, 다음엔 금메달 바라볼 만해"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지수, 전하영, 전은혜, 최세빈. 2024.8.4 [email protected]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후배들 뛰는 걸 보니 나도 한 번 더 해야 했나 생각도 들더라고요, 하하."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의 오랜 '버팀목'이던 김지연(36·서울특별시청)이 자신 없이 올림픽 시상대에 우뚝 선 후배들 얘기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윤지수, 전하영(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4일(한국시간) 전화로 만난 김지연은 "올해 후배들이 국제대회에서 4위를 많이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이번 대회를 잘 풀어나가는 걸 보니 뿌듯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사브르 개인전 정상에 올라 '한국 여자 펜싱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긴 김지연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선 윤지수, 최수연, 서지연과 사상 첫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한 이 종목 '레전드'다.
10년 넘게 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지키며 아시안게임에서도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단체전 2연패를 이끌었던 그는 지난해 4월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뒤엔 후배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소속팀에선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SBS 해설위원을 맡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윤지수의 개인전 금메달, 이번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결승 진출과 은메달 획득을 마이크 앞에서 전했다.
김지연은 "윤지수를 제외하면 선수들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터라 많이 긴장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제가 더 긴장했더라"면서 "걱정과 달리 후배들이 패기 있게 잘 뛰어줘서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번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은메달은 2000년대 태어난 선수들이 가세해 세대교체를 이룬 가운데 나온 것이라 의미가 더 크다.
2000년생 최세빈은 개인전에서 세계 1위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격파하며 존재감을 떨쳤고, 2001년생 전하영은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올하 하를란에게 역전을 허용했으나 단체전 마지막 주자를 도맡아 '차세대 간판'임을 알렸다.
개인전 금·은메달리스트를 보유한 팀 랭킹 1위인 프랑스를 단체전 준결승에서 제압한 것도 '패기' 덕분이었다.
김지연은 "프랑스전에서 기세가 정말 좋았다. 우리가 기세로 밀어붙이니 프랑스 선수들이 당황한 게 보이더라"면서 "40점조차도 내주지 않고 잘 풀어나가는 모습에 후배들에게 '잘 물려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뛸수록 실력이 늘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장래가 밝다고 느꼈다"면서 "이번엔 은메달이었지만, 다음엔 금메달까지 바라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파리=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인 전하영이 올하 하를란에게 마지막 점수를 허용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4.8.4 [email protected]
그는 "전하영이 마지막엔 '올림픽 결승 마지막 주자'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갖는 게 느껴지더라"면서 "배포를 더 키우고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다음에는 다를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펜싱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금메달을 따내고, 그를 비롯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하며 금메달 2개를 챙겼다. 여기에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사브르가 이번 대회 펜싱 메달 3개를 모두 책임졌다.
"우리 선수들이 손기술은 유럽을 따라가기 어렵지만, 발이 빠르고 민첩성이 좋아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브르에선 특히 다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한 김지연은 "프랑스전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다리를 움직이며 공격적으로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를 되짚으며 "선수들과 같이 뛰는 마음으로 중계했다"는 그는 "우리나라 펜싱이 정말 잘 해줘서 저 또한 무척 기쁘고, 홀가분하고 다행"이라며 '해설위원'으로 두 번째 국제대회를 행복하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