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김민종 손 들어준 프랑스 유도 영웅 "우리 모두 잘 싸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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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 05:00
김민종 "올림픽 결승서 복수전 하고 싶은데…대단한 선수, 존경해"
(파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승리한 프랑스 테디 리네르가 김민종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024.8.3 [email protected]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김민종(23·양평군청)은 세계 유도계의 '살아있는 전설' 테디 리네르(35)가 프랑스의 진정한 유도 영웅으로 거듭나는 여정의 마지막 상대가 됐다.
2024 파리 올림픽은 당차게 '하늘을 감동케 하겠다'고 여러 번 천명한 김민종의 도전 서사이기도 했지만, 리네르의 영웅 서사이기도 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은 두 서사가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승자는 리네르였다. 샹드마르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프랑스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을 얻은 그는 허리후리기로 김민종을 공중에 띄운 후 매트에 꽂아버렸다.
한판승을 거둔 리네르는 승자의 기쁨을 즐긴 후 김민종과 포옹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김민종의 왼팔을 잡더니 높게 들어 올려 관중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리네르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순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여기에 있는 선수들 모두 잘 싸웠다. 강한 상대였다"며 "아름다운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승에서 최선을 다한 김민종을 존중했다는 것이다.
신장 203㎝의 리네르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11차례 우승해 사상 최고의 최중량급 유도 선수로 꼽힌다.
(파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준결승전에서 프랑스 테디 리네르가 한판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있다. 2024.8.3 [email protected]
이번 금메달도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다.
파리 올림픽 개회식을 봐도 프랑스에서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를 그와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맡았다. 둘은 프랑스령 과달루페 출신이다.
결승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리네르의 경기를 보기 위해 샹드마르스 경기장을 찾았다. 금메달을 따자 마크롱 대통령은 리네르를 껴안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리네르가 자신의 팔을 들어 올린 순간을 돌아본 김민종은 "경기를 졌을 때는 너무 아쉬웠다. 나는 테디 (리네르) 선수를 보고 1등 하고픈 마음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리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에서 테디와 결승에서 붙은 게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아쉽게 졌지만, 테디가 대단한 선수라는 걸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민종은 앞으로 올림픽에서 '복수전'을 펼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1989년생인 리네르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나설 때면 마흔을 앞두게 된다.
김민종은 "다음에 결승전에서 복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돼 아쉽다. 하지만 존경한다"며 "금메달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메달리스트가 모두 참여했지만, 이날의 주인공답게 대부분 기자가 리네르를 향해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파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김민종이 프랑스 테디 리네르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4.8.3 [email protected]
리네리는 "3번째 금메달을 따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들었다. 오늘 내 우상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아 기쁘다"며 "내 롤모델은 노무라 다다히로"라고 밝혔다.
일본 유도의 전설인 노무라는 1996 애틀랜타,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60㎏급을 모두 제패해 올림픽 유도 역사상 최초로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는 리네리는 자신의 우승을 놓고 "프랑스에도 정말 좋은 순간을 안긴 것 같다. 프랑스도 오늘처럼 완벽한 순간을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라면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수많은 시간을 훈련에 쏟아도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도 있다"며 "반대로 어떤 날은 아주 잘 풀려서 승리할 때도 있다. 오늘이 그렇다. 아주 완벽했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