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동생이 8점 쏘자 오빠가 10점 쾅!…양궁 남매의 '환상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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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 02:00
'4번째 금메달'로 김수녕과 어깨 나란히 한 김우진 "난 아직 은퇴 안 해"
3관왕 노리는 임시현 "즐겨야 메달…재미있게 즐기겠다"
(파리=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독일과 결승전에서 임시현과 김우진이 손을 맞대며 격려하고 있다. 2024.8.3 [email protected]
(파리=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동생이 8점을 쏘자 오빠가 10점을 쐈다. 슛오프에서는 동생이 10점을 먼저 꽂아 넣으며 오빠를 든든하게 했다.
김우진(32·청주시청)과 임시현(21·한국체대)이 2일(한국시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2024 파리 올림픽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쉽지만은 않았다.
임시현이 독일과 결승전에서 1세트 첫발을 8점에 넣어버렸다.
그러자 김우진이 곧바로 '해결사'로 나섰다. 10점을 쐈다.
위기에서 벗어난 임시현과 김우진은 10점을 하나씩 쏘며 1세트를 끝냈다.
독일도 1세트 첫발이 8점에 꽂혔으나, 이후 세 발 모두 9점에 그쳤다.
(파리=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독일과 결승전에서 김우진이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왼쪽은 함께 출전한 임시현. 2024.8.3 [email protected]
여자 단체전에서 얼음처럼 흔들리지 않던 임시현은 이날 몇 차례 8점을 쐈다.
그때마다 김우진이 10점이나 9점을 쏘며 '동생'을 든든하게 했다.
가장 큰 위기는 대만과의 8강전에서 찾아왔다.
2세트까지 4-0으로 앞서던 김우진과 임시현은 3, 4세트 상대에게 추격당해 동점을 내줬고, 슛오프까지 끌려갔다.
여기선 임시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먼저 10점을 쏘며 강심장을 뽐냈고, 뒤따라 김우진도 10점에 화살을 꽂아 한국이 승리했다.
경기 뒤 임시현은 "너무 간절했던 메달이었기 때문에 슛오프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짜 간절하게 쐈는데, 그게 10점에 물려줘서 '와! 진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파리=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한국과 독일의 결승전에서 한국 임시현과 김우진을 지도하는 박성수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2024.8.3 [email protected]
두 선수는 서로 칭찬하기에 바빴다.
김우진은 "임시현 선수가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래도 너무 잘해줬다. 오늘 임시현 선수 덕에 메달 딴 것 같아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오빠가 훨씬 더 많이 부담감을 느꼈을 텐데 그 와중에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나도 앞으로 더 목표가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랭킹 라운드를 통해 두 선수가 혼성전에 출전할 선수로 결정됐을 때 김우진은 농담 삼아 "원래 호흡은 어린 선수에게 맞춰야 하는 거다. 임시현 선수 말 잘 듣고, 잘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임시현은 '김우진이 정말 말을 잘 들었느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내가 (김우진 선수의) 말을 잘 들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우진은 "내가 말 잘 들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내 말을 (임시현 선수가) 잘 듣게 했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뒤에서 코치해준 박성수 남자 대표팀 감독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한국은 이날 8강전과 4강전에서 거푸 1세트를 먼저 내줬다.
(파리=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결승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김우진과 함께 출전한 임시현이 선수 소개 때 관중들에게 인사하고있다. 2024.8.3 [email protected]
박 감독은 "괜찮다. 어차피 한 세트 죽고, 마지막 세트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하자"며 선수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김우진은 "그 말씀에 힘입어서 2세트부터 정상적인 궤도로 올라서서 하다 보니까 나머지 세트를 다 가지고 왔고, 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두 선수는 앞서 남녀 단체전 금메달도 하나씩 수확했다.
이제 남녀 개인전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올림픽 양궁 3관왕은 2021년 도쿄 대회 안산(광주은행) 하나뿐이다.
김우진과 임시현을 비롯해 한국 선수 6명 모두가 개인전 16강까지 살아남았다.
준결승전부터 '집안싸움'이 펼쳐질 수 있다.
김우진은 "개인전은 선의의 경쟁"이라면서 "계속 마음은 비우고 가슴은 뜨겁게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리=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임시현과 김우진이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8.3 [email protected]
김우진은 이날 생애 4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 중에서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과 동·하계 올림픽 통산 최다 금메달 보유자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진종오, 김수녕 두 분은 은퇴하셨지만, 난 아직 은퇴 계획이 없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임시현은 "재미있게 경기를 즐기는 사람이 메달을 따는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재미있게 즐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