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남자 사브르 원우영 코치 "믿었던 도경동 5-0 승에 소름이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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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 07:00
선수로 올림픽 금 12년 만에 지도자로도 금메달…"'어펜져스' 10연패 갑니다"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이기고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원, 오상욱, 구본길, 도경동, 원우영 코치. 2024.8.1 [email protected]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12년 런던에서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원우영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가 지도자로 처음 나선 국제 종합대회에서 '2관왕'을 배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원 코치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의 금메달 획득을 코치석에서 지휘했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김정환, 오은석, 그리고 현재도 대표팀 선수로 뛰는 구본길과 함께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해 한국 펜싱에 사상 첫 단체전 우승을 안겼던 주인공이다.
2010년 바로 이번 대회 장소인 그랑팔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때 한국 사브르 선수 첫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원 코치는 개인전에서 오상욱이 우승한 데 이어 단체전에서도 대표팀이 3연패를 달성하며 지도자로도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오상욱이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헝가리와 결승에서 승리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뒤 원우영 코치를 헹가래 치고 있다. 2024.8.1 [email protected]
경기를 마치고 만난 원 코치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니 마음이 또 남다르다. 제가 선수로 금메달을 땄던 런던부터 이어진 것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면서 "단체전 금메달로 모든 선수가 주목받게 된 것도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오상욱)·단체전 석권 이후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멤버 4명 중 김정환, 김준호가 빠지며 올림픽 직전 세대교체에 들어가 '세계 최강'의 아성이 흔들릴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올림픽 단체전 패권을 지켜야 하는 중책을 맡은 원 코치의 마음 고생도 적지 않았다.
"대회를 준비하며 5㎏이 빠졌다. 최근 4개월 정도는 술도 다 끊었다"고 전한 그는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단체전 여정 자체도 쉽지 않았는데, '에이스' 오상욱이 흔들리며 6라운드 이후 30-29, 박빙의 리드를 이어갈 때가 특히 그랬다.
그런데 이때 대표팀은 구본길을 도경동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 대회 개인전 출전권은 없는 단체전 후보 선수였던 도경동은 이날 8강전과 준결승전에는 나서지 않았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첫 올림픽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 경기에서 도경동이 크리스티안 러브를 5-0으로 제압하는 맹활약을 펼쳐 35-29로 격차가 벌어지며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박상원이 득점하자 조종형 총감독과 원우영 코치가 환호하고 있다. 2024.8.1 [email protected]
원 코치는 "저도 소름이 돋았다. 미치는 줄 알았다"며 교체 선택에 대한 '자찬' 섞인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어 "경동이가 나가면서 손가락질을 딱 하며 본인을 믿으라고 하더라. 그때 저는 '오케이, 됐어'라고 느꼈다"며 "한국이 남자 사브르 팀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데 큰 힘을 보태왔고 능력이 있는 선수라 믿고 있었다. 그래도 5-0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정말 완벽하게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방송해설가로 활동하던 시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보며 너무 몰입하고 공감하는 나머지 자주 눈물을 쏟아 '울보 해설'로 유명했던 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눈물을 보였다. 이날은 '감격의 눈물'이었다.
원 코치는 "경기를 마치고 조종형 (대한펜싱협회) 부회장님이 안아주실 때 눈물이 났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정상은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려운 법이라지만, 원 코치는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애칭)의 다음 목표로 '10연패'를 제시했다. 웃음기 없는 진지한 선언이었다.
그는 "정말 할 수 있다. 못하란 법이 있나"라며 계속된 '어펜져스'의 시대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