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트로카데로엔 석양 대신 잿빛구름…빗줄기 쏟아진 '센강 개회식'

[에스티비] [올림픽] 트로카데로엔 석양 대신 잿빛구름…빗줄기 쏟아진 '센강 개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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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스포츠뉴스관리자
안홍석 기자
안홍석기자

우산·우비로 가득 찬 '종점' 트로카데로…3시간 반 전부터 4차례 강우

우비 입는 관객들
우비 입는 관객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에서 비가 내리자 관객들이 우비를 입고 있다. 2024.7.27 [email protected]

(파리=연합뉴스) 안홍석 이의진 기자 = 올림픽 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성대할 걸로 기대받은 파리의 '센강 개회식'에서 우중충한 하늘에서 쏟아진 빗줄기가 대회 관계자들의 속을 태웠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현지시간으로 26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27일 오후 2시 30분) 시작되고서 20여분 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마주 본 트로카데로 광장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개회식은 각국이 경기장에 입장하던 기존과 달리 선수들은 배를 타고 센강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돼 전 세계적인 기대를 모았다.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한 선수들의 수상 행진은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 시청 건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프랑스의 명소들을 두루 지난다.

약 6㎞ 구간의 종착지는 에펠탑 인근의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여기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야심작'인 이번 개회식이 마무리된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이미지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이미지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이날 트로카데로 광장의 모습은 마크롱 대통령, 대회 조직위원회가 기대했던 그림과 크게 달랐다.

조직위가 홈페이지에 제공한 이미지에서 보듯 주최 측은 석양으로 물든 아름다운 센강을 배경으로 성대하게 올림픽의 막을 올리길 원했다.

그러나 석양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트로카데로 광장에서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회색 구름이 세차게 비를 뿌려 곳곳을 적셨다.

개회식이 시작한 지 1시간가량이 지나자 빗줄기가 장대비라고 부를 만큼 강해져 추적추적 비 내리는 소리가 광장 전체에서 울렸다.

에펠탑 모양의 무대 양쪽에 마련된 가변석에 앉은 취재진과 관중들이 이 비를 쫄딱 맞았다.

일부 자원봉사자는 아예 우산으로 비를 막을 생각을 포기하고 홀딱 젖은 채 분주하게 현장을 돌아다녔다.

파리올림픽 개회식 앞두고 내리는 비
파리올림픽 개회식 앞두고 내리는 비

(파리=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에서 비가 내리자 관객들이 우산과 우의를 쓴 채 개막식을 기다리고 있다. 2024.7.27 [email protected]

관람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대부분 시민과 관광객은 우비를 입고서 인내심 있게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빗속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센강을 따라 광장에 도착한 선수들이 지나가면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관중들은 크게 환호하거나 박수치는 등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덴마크, 그리스, 크로아티아 선수들 가운데 일부는 우비를 입고 비를 맞는 환경이 불편했는지 자리를 뜨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취재진도 불편이 컸다. 지붕 없는 미디어석에 앉은 기자들은 우산을 펴거나, 책상에 설치된 방수포에 고개를 집어넣은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서 기사를 작성했다.

장대비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던 이들은 유일하게 지붕이 설치된 구역에 앉은 마크롱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귀빈뿐이었다.

사실 트로카데로 광장은 개회식 시작 4시간 반 전인 오후 3시께부터 이미 비와 싸움 중이었다.

우산 올림픽
우산 올림픽

(파리=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에서 비가 내리자 관객들이 우산을 쓰고 있다. 2024.7.27 [email protected]

이때까지만 해도 현장 인력들은 오전에 내린 비에 따른 '수해'와 씨름했다.

가변석을 덮은 방수포와 의자에 물이 잔뜩 고여있어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이를 털어내야 했다.

빗방울이 처음 떨어진 건 오후 4시께였다. 개회식이 시작하기 3시간 30분 전이다.

그러자 배선 기술자들은 광장 곳곳을 돌며 비가 닿지 않는 곳으로 지나가도록 콘센트의 위치를 바꾸는 작업에 나서는 등 현장이 개회식 직전까지 분주했다.

'1차 강우'는 30분 만에 끝났다. 자원봉사자들과 조직위 관계자들이 걸레를 들고 가변석 곳곳을 돌아다니며 물기를 닦아냈다.

그러나 이들의 고생을 모르는지 트로카데로의 하늘은 '2차 강우'를 시작했다. 오후 5시께부터 떨어진 빗줄기는 한층 강해졌다.

악수 나누는 마크롱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
악수 나누는 마크롱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

(파리=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4.7.27 [email protected]

비를 피하려 관중석 통로로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몰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40분가량 지나 잠시 비가 그친 듯했으나 광장에서 움직이지 않은 회색 구름은 오후 7시께부터 다시 빗방울을 떨어뜨리며 현장을 불안하게 했다.

이 '3차 강우'는 짧게 10분 만에 멈췄지만 결국 개회식 이후인 오후 7시 50분께부터 시작된 본격인 네 번째 강우가 한바탕 트로카데로로 쏟아 내렸다.

기상 당국인 메테오 프랑스에 따르면 한참 굵어진 빗줄기는 이날 밤을 넘겨 27일 저녁까지 이어질 걸로 예상된다.

이 비는 앞으로 17일간 열전이 이어질 파리의 여름 기온을 20℃ 아래로 떨어뜨릴 걸로 보인다.

선상 퍼레이드 마치고 개회식장에 들어선 각국 선수들
선상 퍼레이드 마치고 개회식장에 들어선 각국 선수들

(파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을 따라 선상행진을 마친 각 국 선수들이 트로카데로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에 들어서 있다. 2024.7.2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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