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이스라엘 국가에 야유·선수단엔 협박…52년전 뮌헨 악몽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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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5 12:00
"선수들에 이메일·전화 위협 전달돼…본인 장례식 초대장 받기도"
이스라엘 축구 경기 때 팔 국기 흔들며 야유도…주최측, 경호 강화 약속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이스라엘 선수단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긴장감 속에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8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위협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는 52년 전 서독 뮌헨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이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에 살해된 참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스라엘 언론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자국 선수들이 지난 한 주 동안 이메일과 전화로 협박 메시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자칭 '인민방위기구'가 15명의 이스라엘 선수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1972년 뮌헨 올림픽의 사건을 반복하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부 선수는 본인 장례식 초대장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23일 오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카피예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아랍어로 1분가량 말하다가 피 묻은 플라스틱 재질의 사람 머리로 보이는 것을 들어 올리는 영상이 나돌았다.
카피예는 아랍권 사람들이 머리나 목에 두르는 체크무늬 스카프로, 최근 수십년간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으로도 인식돼왔다.
영상에는 "당신(프랑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범죄 전쟁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을 지지했다"는 자막이 달렸다.
WP는 이 영상의 출처와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24일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 경기장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말리의 남자축구 경기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관중은 경기 시작 전 이스라엘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를 보냈고, 경기 도중에도 야유를 하거나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관중도 목격됐다.
프랑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 경기장에 대테러 인력을 포함해 1천명 이상의 경찰을 배치했다.
20대가 넘는 경찰차와 경찰 오토바이가 이스라엘 대표팀 버스를 에워싸고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호송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 선수단 대한 위협과 관련, 경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단은 88명이다.
뮌헨 올림픽 때 참사가 발생한 전례가 있는데다, 이번 파리 올림픽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열리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1972년 9월 5일 뮌헨 올림픽 때에는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이 선수촌에 잠입해 이스라엘 선수들을 억류하며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대테러 경험이 없던 서독 경찰의 어설픈 대응으로 이스라엘 선수와 코치 등 11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족들은 주최국이 이스라엘 선수단 보호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독일은 2022년에야 이들 사망자 가족에게 2천800만유로(약 420억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