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태양과 바람이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기는지 내기했다는 내용의 우화가 있다.

자신만만한 바람이 먼저 나서 강풍을 일으켰으나 나그네는 오히려 옷을 강하게 부여잡았고, 태양은 따사로운 햇살을 비춰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만약 6일 KBO 올스타전이 열리는 인천SSG랜더스필드가 우화의 배경이었다면, 태양과 바람은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듯하다.

당초 장맛비가 예보됐던 인천SSG랜더스필드는 먹구름만 낀 채 강풍주의보가 발효됐고, 오후 2시께에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며 일순간 찜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프로야구 10개 구단 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건, 땡볕이 쬐건 가지각색의 유니폼을 입은 채 경기 시작 대여섯 시간 전부터 배팅 존, 피칭 존 등 다양한 장외 행사를 즐겼다.

비를 막기 위한 우산이 양산으로 변신했고, 다른 한 손에는 혹시 몰라 챙겨왔을 손부채와 손 선풍기가 열심히 돌아갔다.

특히 올스타전 유니폼을 파는 부스 앞은 장사진이라는 문자 그대로 구불구불한 뱀 모양의 줄이 생겼다.

약 40∼50ｍ 길이의 줄이 열 겹으로 S자 모양을 이뤘다.

오후 1시께 문을 연 부스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 유니폼이 다 팔렸다는 게시글을 내걸어야 했다.

충남 아산에서 온 권아인(16) 양은 정오부터 기다렸지만, 올스타 한화 유니폼을 구하지 못해서 울상이었다.

작은 열쇠고리로 아쉬움을 달래던 권양은 "오늘 페라자(한화)와 도슨(키움 히어로즈)이 가장 기대된다. 도슨은 요즘 퍼포먼스로 핫하고 페라자도 많이 준비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화 노시환 유니폼을 챙겨입은 권양은 노시환이 어깨 통증으로 결장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엄청 서운하다"면서 입을 틀어막았다.

오후 3시 10분에는 외야 그라운드에서는 팬 사인회가 열렸다. 이어 선수와 팬이 함께하는 장애물 이어달리기 '썸머레이스'가 진행됐다.

지난해 우승팀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가 나란히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은 롯데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지만, SSG 측의 문제 제기로 우승팀 선정과 상금 배분은 추후 논의될 예정이다.

SSG 관계자는 "마지막 구간은 여성 팬이 공을 던져 배트를 맞히는 구간인데, 영상을 보면 롯데 팬이 던진 공은 배트 지지대 하단에 맞았고 SSG 팬이 던진 공은 배트에 직접 맞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KBO 관계자는 "상황이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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