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지지 않는' 여자축구 현대제철 "레버쿠젠처럼 우리도 무패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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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15:00
'WK리그 12연패' 목표로 18경기째 무패…5년 만에 대업 또 이룰까
김은숙 감독 "협회, 대회 없어 '왜 돈 쓰나' 생각해도…A매치 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11연패를 이룬 명문 인천 현대제철은 12연패를 향해 순항 중이다.
올 시즌 '지지 않는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개막 후 10승 8무로 패배가 없다.
현대제철의 올 시즌이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초반부터 이어진 줄부상에 김은숙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주전 스트라이커 손화연을 비롯해 임선주, 이민아, 박예은 등 베테랑들이 동시에 이탈해 전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실제로 일찍 독주 체제를 꾸린 이전과 달리 추격하는 팀과 격차가 크지 않다. 2위 화천 KSPO(10승 6무 2패·승점 36)와 승점 차는 2다.
김은숙 감독은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아들인다"면서 "18경기째 무패를 이어간 건 고무적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조금 초라한 성적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길 경기를 비긴 게 많다. 무패가 자랑스러울 수 있지만 차라리 지더라도 더 많은 승리를 쌓는 게 더 낫다"고 아쉬워했다.
18경기를 지지 않고도 아쉬움을 느끼는 김 감독이지만 '무패 우승'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최근 독일프로축구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에서 무패 우승을 이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사비 알론소 감독이 지휘한 레버쿠젠은 28승 6무로 올 시즌을 선두로 마쳤다. 분데스리가 60여년 역사상 첫 무패 우승이다.
김 감독은 "이제 시즌 끝까지 10경기 정도 남았다. 이 정도까지 오니까 '솔직히 가능하겠구나' 욕심이 난다"면서도 "압도했는데도 못 이긴 경기가 많아 무패 우승을 해도 '미흡했다'는 생각은 떨치지 못할 거다"고 말했다.
2009년에 출범한 WK리그에는 이미 무패 우승팀이 있었다. 5년 전 현대제철이다. 비야-따이스-장슬기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에 이영주, 정설빈 등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꾸려 24승 4무를 거뒀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2경기에서도 2승 1무였다. 도합 26승 5무로 압도적인 우승을 달성했다.
'5년 만의 무패 우승'과 함께 김 감독이 세운 목표는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선전하는 것이다.
시범 대회였던 기존의 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과 달리 올 하반기 시작하는 여자 ACL은 정식 대회다.
8개 팀이 참여한 클럽 챔피언십과 달리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22개 여자축구팀이 출전한다.
5월 열린 클럽 챔피언십 결승에서 현대제철을 꺾고 우승한 우라와 레즈 레이디스(일본), 멜버른 시티FC(호주) 등 쟁쟁한 팀들이 나선다. 그중에서도 이목을 끄는 건 북한의 내고향이다.
우리나라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과 8강에서 맞붙어 1-4로 졌다.
12골을 터뜨려 대회 득점왕에 오른 스트라이커 김경영을 포함해 당시 주전 가운데 4명이 내고향 소속이었다.
김 감독은 "내고향이 얼마나 강한 팀인지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렇게 강한 팀과 만나면 새로운 화제가 될 것"이라며 "파격적인 이슈가 될 것 같다. 내고향과 뜨거운 결전을 치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여자 ACL 출전을 결심했다는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일정 문제다.
현대제철을 포함한 12개 팀이 3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는 대회 본선은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전국체육대회 일정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
현대제철은 실업팀인 만큼 전국체전을 외면하기 어렵다.
김 감독은 "아직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팀을 나눠 출전해야 할지, 나눈다면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할지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저우=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지소연이 북한에 4대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3.9.30 [email protected]
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예산 문제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기간에 국가대표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한 결정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협회는 대표팀이 치를 주요 대회가 없으니 '굳이 왜 돈을 쓰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지소연 선수도 그렇게 말했지 않나. 올림픽을 나가지 못하는 거지 A매치를 못 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국내 최고 명문 클럽을 이끄는 김 감독의 다음 목표는 국가대표팀 사령탑이라고 한다.
콜린 벨 감독과 결별하면서 한국 여자축구는 수장이 사라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에 마음이 없냐'고 묻자 그는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아예 없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여자축구 발전에 책임감과 열정이 있는 감독님이 오셔서 대표팀을 이끌어주셔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