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양희영, 34세에 생애 첫 LPGA 메이저 제패…올림픽 출전 예약(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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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12:00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서 합계 7언더파…공동 2위와 3타 차
LPGA 투어 통산 6승…시즌 16번째 대회서 한국 선수 첫 우승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양희영이 다시 한번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양희영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천4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한 만 34세의 양희영은 75번째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처음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양희영은 2012년과 2015년 US여자오픈 준우승 두 번을 포함해 메이저대회에서 21번이나 메이저대회 톱10에 진입했지만 정작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작년에도 셰브론 챔피언과 AIG 여자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올랐다.
올해 34세인 양희영은 2018년 40세의 나이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앤절라 스탠퍼드(미국) 이후 가장 나이 많은 메이저대회 챔피언이다.
스탠퍼드는 메이저대회에 76번 출전한 끝에 첫 우승을 따낸 기록도 갖고 있다.
양희영은 또 한국 선수로는 최고령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한국 선수 첫 30대 메이저 챔피언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의 L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보탠 양희영은 LPGA투어 통산 6승 고지에 올랐다.
우승 상금 156만 달러(21억6천996만원)를 받은 양희영은 상금랭킹 92위에서 3위(167만2천443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 역시 4위로 껑충 뛰었고 CME 글로브 포인트도 89위에서 15위로 올랐다.
양희영은 특히 이번 우승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을 예약했다.
오는 25일 발표하는 여자 골프 주간 세계랭킹에서 양희영은 현재 25위에서 대폭 상승해 15위 이내 진입이 유력하다.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출전권은 25일 자 세계랭킹으로 확정된다.
15위 이내에 들면 국가당 4명까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지금은 15위 이내 한국 선수는 고진영(7위)과 김효주(12위) 둘뿐이다.
양희영의 이번 우승으로 개막 이후 15개 대회 동안 이어졌던 한국 선수 우승 갈증도 시원하게 씻어냈다.
양희영은 방송 인터뷰에서 "늘 메이저 우승을 갈망했다. 은퇴하기 전에 꼭 메이저 우승을 하고 싶었다. 마침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 너무 행복하다"면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17년 동안 LPGA투어에서 활동하면서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반전을 자주 보였던 양희영은 올해 바닥으로 추락하는가 싶었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양희영은 시즌 개막전 공동 22위 이후 톱10 입상 한번 없이 다섯번이나 컷 탈락이라는 부진을 겪었다.
특히 US여자오픈과 마이어 클래식 등 최근 2차례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페어웨이 안착률 77위(71.94%), 그린 적중률 54위(68.63%),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60위(1.81개), 18홀 평균 퍼트 110위(30.35개), 그리고 평균타수 83위(72타)가 말해주듯 양희영의 올해 경기력은 바닥이나 다름없었다.
작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에도 메인 스폰서가 없어 아무런 기업 로고가 박히지 않은 모자에 자신이 자수해 넣은 '스마일' 무늬도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길고 좁은 페어웨이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한 사할리 컨트리클럽에서 양희영은 딴 선수로 변신했다.
버디 기회를 누구보다 자주 만들어냈고 버디 퍼트는 기어코 집어넣었다. 특히 그린을 놓쳤을 때 타수를 잃지 않는 스크램블 능력에서는 발군이었다.
양희영은 이미 우승이 사실상 굳어진 4라운드 16번 홀 보기 이전 69개 홀에서 보기를 단 3개밖에 적어내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나흘 동안 한 번도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지 않은 선수는 양희영과 앨리 유잉(미국) 둘 뿐이다.
2타차 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도 양희영은 혼자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는 선수처럼 또박또박 타수를 줄여 일찌감치 우승을 예고했다.
양희영은 1번 홀(파4) 버디와 3번 홀(파40) 보기로 제자리를 잠시 걷는 사이 1타를 줄인 야마시타 미유(일본), 로런 하틀리지(미국)에게 1타차로 쫓겼지만 잠깐이었다.
5번(파3), 8번 홀(파4) 버디로 2타를 줄인 사이 추격하던 경쟁자들이 자멸하면서 양희영은 5타차로 달아났다.
양희영이 버디를 잡아낸 8번 홀에서 야마시타와 하틀리지가 더블보기를 적어내며 무너졌다.
양희영은 10번 홀(파4)에서 1타를 잃었지만 11번 홀(파5) 버디에 이어 13번 홀(파3)에서 티샷을 1.6m 거리에 떨군 뒤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쐐기를 박았다.
양희영은 "13번 홀 버디를 사실은 딱히 노린 건 아니었다. 그런데 티샷이 생각보다 핀에 가깝게 붙었다"고 말했다.
양희영은 16번 홀(파4)에서 짧은 파퍼트를 놓친 데 이어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려 2타를 잃었지만 3타차 여유를 안고 18번 홀(파5) 공략에 나섰다.
양희영의 3m 버디 퍼트는 홀을 살짝 비켜갔지만 파퍼트를 넣은 양희영은 고진영, 김효주, 이미향 등 후배들의 샴페인 세례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양희영은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많이 놓쳐 우승에 가까워지면 겁을 냈다. 이번에도 18홀 내내 긴장됐지만 매 홀 집중했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고진영은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로 치열한 준우승 경쟁에서 살아남아 3타차 공동 2위(4언더파 284타)에 올랐다.
고진영은 이날 1언더파 71타를 적어내고 4월 JM 이글 LA 챔피언십 공동 4위를 뛰어넘는 시즌 최고 성적을 올렸다.
1타를 줄인 세계랭킹 2위 릴리아 부(미국)과 1타를 잃은 야마시타가 고진영과 함께 공동 2위에 합류했다.
1언더파 71타를 친 유해란이 공동 9위(1언더파 287타)로 상승, 한국 선수 3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2타를 줄인 김효주와 이븐파 72타를 적어낸 최혜진은 나란히 공동 16위(1오버파 289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