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과감하지만 침착하게'…번개맨 이준환의 '이기는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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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14:00
"별명 연연 안 하고 이상적인 유도 할 것…언제든 한판승 가능해야"
(진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유도 대표팀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이준환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이준환(21·용인대)은 재작년 6월 국제 유도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첫 시니어 국제대회인 국제유도연맹(IJF)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결승전에서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세계랭킹 2위)를 꺾었고, 20여일 뒤 도쿄 올림픽 금·동메달리스트를 차례로 물리치며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했다.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과감성이 이준환의 장점으로 꼽힌다.
IJF는 이준환을 '번개맨'으로 칭하며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황희태 유도 남자대표팀 감독도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술을 믿고 과감하게 경기를 운영한다"고 장점을 꼽는다.
(진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3일 오전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유도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남자 81kg급에 출전하는 이준환(푸른 도복)이 훈련하고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그런 이준환이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둔 요즘 경기 운영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감성이 상대에게 역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첫 국제대회에서 꺾었던 그리갈라쉬빌리에게 최근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이 주요 계기가 됐다.
이준환은 올해와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모두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해 2년 연속 동메달에 그쳤다.
이준환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되치기로 절반패한 뒤 "파리 올림픽에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진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유도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준환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지난 1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준환은 "(번개맨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신 것은 감사하다"면서도 "그 별명에 연연하지 않고 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유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유도가 무엇인지 묻자 "어떤 자세에서든 (공격에)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서 모든 기술에서 한판승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한 것을 두고는 "제가 60% 정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급한 면이 있었다"고 복기한 뒤 "너무 넘겨서 이기려고만 하지 않고 침착한 경기 운영을 통해 '이기는 유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을 디테일하게 (다듬어) 상대를 속여서 넘기는 것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유도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준환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임한다는 이준환은 "부모님께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리고 소 한 마리 해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준환은 초등학생 시절 지역 유소년 대회에서 우승 상품으로 '쌀 한 가마니'를 받고 유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러 장성한 이준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 제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쑥쑥 오른 기량과 커진 목표에 걸맞게 부모님께 드리고픈 선물도 쌀 한 가마니에서 소 한 마리로 업그레이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