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샷 달인 된 노승희,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종합)

[에스티비] 아이언샷 달인 된 노승희,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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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스포츠뉴스관리자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노승희.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노승희.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음성=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년차 노승희가 메이저대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노승희는 16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김수지를 4타차로 제친 노승희는 KLPGA투어에서 120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KLPGA투어 첫 우승을 따냈다.

노승희는 게다가 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킨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기록까지 보탰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2006년 신지애 이후 18년 만이다. 한국여자오픈은 2010년까지는 3라운드로 치러져 4라운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노승희가 처음이다.

2020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노승희는 그동안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선수였다.

앞서 치른 119차례 대회에서 노승희는 톱10 진입이 19번뿐이었다.

하지만 19번 톱10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13번이 작년과 올해 나왔다.

특히 올해는 이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 12개 대회에서 한번도 컷 탈락을 당하지 않았고 5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5차례 톱10 가운데 4번은 5위 이내에 들었다.

그만큼 노승희는 최근 2년 사이 경기력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노승희는 "3년차까지는 시드 유지에 집중했다면 작년부터는 우승하는데 꼭 필요한 아이언 샷 정확도를 높이는데 공을 들였다"고 경기력 급증 배경을 설명하고 작년 KG 레이디스오픈 준우승 등으로 상금랭킹 22위에 오른 뒤부터 우승할 때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하루 아침이 아니라 5년 동안 노력이 열매를 맺었다"고 덧붙였다.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따낸 사례는 작년 한화 클래식 챔피언 홍지원에 이어 1년 만이지만,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올린 선수는 2015년 대회 때 박성현 이후 9년 만이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은 노승희는 상금랭킹 2위(5억4천882만원)로 올라섰다. 대상 포인트 랭킹은 이예원을 밀어내고 1위가 됐다. 올해부터 메이저대회 우승에 주어지는 대상 포인트가 늘어난 덕을 봤다.

노승희는 또 2027년까지 KLPGA투어 시드도 보장받았다.

2018년 아마추어 때 예선을 거쳐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해 컷 탈락했다는 노승희는 "그때 출전해보고 꼭 우승하고 싶었기에 이번 우승이 더 기쁘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도 뜻깊다"면서 "KLPGA투어 4년차가 되도록 시드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2027년까지 시드 확보가 가장 반갑다"고 말했다.

노승희는 "이번 우승 한번이 아니라 2승, 3승 등 계속 우승하는 선수가 되겠다. 첫 우승을 해봤으니 다음 대회부터 매 대회 우승을 목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장타력은 내세울 게 없지만 이 대회 전까지 페어웨이 적중률 2위와 그린 적중률 9위가 말해주듯 KLPGA투어에서 누구보다 정교한 샷을 구사하는 노승희는 어떤 대회 코스보다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공략이 어려운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자신의 장기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노승희는 "멀리 치는 것 보다는 정확하게 치려고 했던 게 우승 원동력이 맞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버디 13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았던 노승희는 최종 라운드에서도 김수지, 배소현, 김민별, 윤이나, 방신실 등 내로라하는 장타자들의 추격을 정교한 플레이로 따돌렸다.

노승희의 티샷.
노승희의 티샷.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수지와 배소현에 4타 앞선 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 첫 우승이 눈앞이라는 압박감 탓인지 노승희는 2번 홀(파4)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더블보기를 적어내는 등 흔들렸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살짝 못 미쳤는데 칩샷을 시도하다 뒤땅을 치고 말았고 네 번째 샷은 핀을 지나갔다. 1m가 조금 넘는 보기 퍼트마저 빗나갔다.

노승희는 "긴장했다기 보다는 자신있게 치지 못했다"면서 "큰 실수였지만 초반에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배소현은 1, 2번 홀 연속 보기, 김수지도 2번 홀 3퍼트 보기로 타수를 잃어 3타차 선두를 지키던 노승희는 김수지가 7번 홀(파5) 버디로 따라붙자 9번 홀(파4)에서 3퍼트 보기를 하면서 1타차로 쫓겼다.

배소현, 김민별, 방신실 등이 타수를 줄이지 못하거나 잃으면서 우승 경쟁은 노승희와 김수지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통산 5승을 올리고 2022년 대상을 탔던 김수지의 추격에도 노승희는 침착했다.

TV중계 카메라가 얼굴을 비추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였다.

노승희는 "원래 중요한 순간에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번 대회 때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승희는 12번 홀(파4)에서 내리막 슬라이스 1.5m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이어진 13번 홀(파4)에서 2m 버디를 잡아 다시 3타차로 달아났다.

14번 홀에서 김수지가 1m 남짓 파퍼트 놓쳐 최종 라운드를 시작할 때와 같은 4타차가 되면서 승부의 추가 노승희 쪽으로 기울었다.

노승희는 15번 홀(파4)에서 그린을 놓쳤지만, 까다로운 2m 파퍼트를 집어넣어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16, 17번, 18번 홀을 모두 파로 막아내며 더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은 노승희는 18번 홀 그린에서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흠뻑 받고 활짝 웃었다.

방긋방긋 웃던 노승희는 방송 인터뷰 도중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을 하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노승희는 "우승이 아니더라도 부모님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나지 않냐"고 말했다.

지난해 한화 클래식 제패 이후 메이저대회 세 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김수지는 1언더파 71타를 쳐 준우승을 거뒀다.

작년 이 대회 연장전에서 홍지원에게 졌던 김민별은 1타를 줄여 3위(8언더파 280타)에 올라 2년 연속 3위 이내에 들었다.

지난달 26일 E1 채리티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품에 안았던 배소현은 1타를 잃었지만 4위(7언더파 281타)를 차지했다.

방신실은 공동 5위(5언더파 283타), 윤이나는 공동 7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작년 우승자 홍지원은 이날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10위(1언더파 287타)로 체면을 지켰다.

이번 시즌 3차례 우승한 이예원은 공동 44위(7오버파 295타)에 그쳐 상금랭킹 1위는 지켰지만, 대상 포인트 순위는 2위로 밀렸다.

17살 아마추어 리안 말릭시(필리핀)는 공동 5위(5언더파 283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말릭시는 작년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준우승, 올해 호주 여자 아마추어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한 유망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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