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아버지 따라 태권도' 서건우 "아직 월드클래스 인정 못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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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11:00
"한국 태권도 80㎏의 길을 연다는 마음으로…1등이 목표"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국가대표로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에 출전하는 서건우(20·한국체대)가 태권도를 시작한 건 여덟살 때다.
울산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배웠다.
서건우는 흰띠를 매고 발차기를 배우던 그때를 기억한다. 겨루기를 시작한 건 11세 때부터라고 한다.
학교가 끝나면 도장을 방문해 아버지의 동작을 따라 했다. 그렇게 태권도를 익힌 초등학생이 어느덧 태권도 종주국의 국가대표이자 '중량급의 희망'으로 성장했다.
서건우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버지의 지도가 힘들긴 했다. 어릴 때는 솔직히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그런 지도가 내 성장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다음부터는 되도록 (아버지한테) 따로 가서 운동하고 그랬다"며 "어릴 때는 (아버지가) 시키는 게 싫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감사하다. 그 덕에 기본기가 잘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서건우의 아버지 서상혁 씨도 고등학교 때 태권도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일찍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고, 군에서 제대한 후 곧장 태권도장을 열었다고 한다.
거기서 국가대표이자 '세계 챔피언' 서건우가 성장했다.
이런 부자 관계는 한국 축구 간판 손흥민(토트넘),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손흥민도 부상으로 일찍 축구화를 벗은 아버지 손 씨의 엄한 지도를 받으며 기본기를 충실히 닦았고, 이를 토대로 기량을 꽃피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선 손흥민처럼 서건우도 '월드클래스' 위상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80㎏급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파리 올림픽행 티켓을 땄다.
올림픽 랭킹 1위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와 동메달리스트 세이프 에이사(이집트)를 차례로 꺾고 정상에 섰다.
지난 3월 기준 올림픽 랭킹은 4위다. 현재 기량을 보면 의심할 바 없이 '세계 정상급 선수'다.
하지만 손웅정 씨처럼 서상혁 씨도 아들이 '월드클래스'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건우는 "아버지께 이제 내가 월드클래스가 맞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운동이나 더 하라고 하셨다"며 "운동에만 집중하라고 한 소리 들었다"고 웃었다.
아버지의 인정이 고픈 서건우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아버지가 '월드클래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지 궁금하다.
서건우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운동했는지 보여줄 기회가 바로 올림픽"이라며 "1등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내가 돌아봤을 때 외국의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운동을 많이 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건우가 나서는 남자 80㎏급은 한국 태권도의 취약 체급이다. 태권도가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한국 선수 중에서는 한 명도 이 체급에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중량급에 인물 없다'는 평가를 뒤집고 싶다는 게 서건우의 포부다.
서건우는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며 "내가 처음인 만큼 80㎏급에서 한국 태권도의 길을 연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한테 태권도 기술과 함께 튼튼한 몸까지 물려받은 서건우는 선수들에게 흔한 골절, 심한 인대 부상을 겪지 않았다.
별다른 부상 없이 계획했던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는 서건우는 최근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자신감이 더욱 차올랐다.
그는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드시 1등을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