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MVP 1∼4위 다 미국 사람 아니다…NBA 세계화 성공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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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16:00
요키치·길저스알렉산더·돈치치·아데토쿤보 이어 미국인은 5위부터
비미국 선수 비중, 1980년대 초 2% 미만…지금은 20% 넘어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1946년 출범해 7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프로농구(NBA)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1∼4위 득표 명단이 '비미국 선수'로 채워졌다.
9일(한국시간) NBA 사무국이 발표한 2023-2024시즌 정규리그 MVP 득표 명단에는 4위까지 미국 선수가 없었다.
MVP에 오른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덴버)에 이어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캐나다·오클라호마시티),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댈러스), 야니스 아데토쿤보(그리스·밀워키)가 2∼4위를 차지했다.
미국 국적자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건 뉴욕 닉스의 에이스 제일런 브런슨이었다.
브런슨은 1위 표(10점)는 하나도 없었고, 2위(7점) 3표, 3위(5점) 1표, 4위(3점) 28표, 5위(1점) 32표를 받아 투표 점수 192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
동·서부 콘퍼런스를 통틀어 전체 승률 1위 보스턴 셀틱스(승률 78%·64승 18패)의 간판 제이슨 테이텀이 6위(86점)였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56승 26패)의 젊은 가드 앤서니 에드워즈(18점)가 7위였다.
MVP 득표 1∼4위가 모두 비미국 선수에 돌아간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미국 외 국적자가 MVP를 받은 최초 사례는 2004-2005시즌 스티브 내시(캐나다·피닉스)였다. 2006-2007시즌에는 디르크 노비츠키(독일·댈러스)가 북미 밖의 국가에서 온 최초의 MVP로 기록됐다.
노비츠키의 뒤를 이어 2010년 중후반부터 요키치, 아데토쿤보, 돈치치 등이 MVP 경쟁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면서 NBA에 본격 '유럽파' 시대를 열어젖혔다.
차세대 간판이 될 재목으로 꼽히는 선수도 유럽에서 왔다. 올 시즌 압도적 높이를 자랑하며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탄 빅토르 웸반야마(샌안토니오)도 프랑스 사람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1980-1981시즌 NBA 선수 중 비미국 선수의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은퇴 시즌인 1997-1998시즌에는 이 비율이 7.6%로 올랐고, 2020년대부터는 20%를 넘어 30%를 바라보고 있다.
2023-2024시즌 개막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도합 40개 국가에서 온 125명이 NBA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30개 팀 모두가 비미국 선수를 최소 1명은 보유한 걸로 나타났다.
아울러 세 시즌 연속으로 비미국 선수가 120명을 넘었다.
조던이 활약하던 시대에 '전미'에서 선수들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에서 특출난 재능을 끌어모으는 셈이다.
이는 NBA가 전례 없는 수준의 국제화에 성공했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NBA는 1984∼2014년 활동한 데이비드 스턴 전 커미셔너 체제부터 전 세계적인 팬층 확보를 목표로 적극적인 세계화 정책을 실행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조던·매직 존슨·래리 버드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을 출격시켜 유럽에 미국 농구의 위력을 각인시켰고, 2000년대 초반부터 'NBA 국경 없는 농구 캠프'를 시작해 전 세계의 유망주들이 선진 농구의 매력을 느낄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아시아 선수가 NBA에서 뛰는 경우는 아직도 소수다.
야오밍(중국), 하메드 하다디(이란)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하승진까지 압도적 신체조건을 자랑한 일부 센터가 NBA를 무대를 누볐고, 최근에는 일본 선수들이 NBA 문을 두드린다.
아버지가 베냉 사람, 어머니가 일본 사람인 하치무라 루이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농구 명문 곤자가대를 거쳐 NBA에 입성했다.
2019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워싱턴 위저즈에 지명된 후 현재는 NBA의 '살아있는 전설' 르브론 제임스와 LA 레이커스에서 뛰고 있다.
하치무라와 함께 NBA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206㎝의 장신 포워드 와타나베 유타는 지난달 일본 무대로 복귀를 선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m 슈터' 이현중(일라와라)이 NBA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일라와라 호크스(호주)에서 시즌을 마친 그는 일본 B리그 오사카 에베사에서도 단기로 뛰었다.
소속팀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이현중은 귀국해 휴식을 취한 후 NBA 서머리그 출전차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