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자유계약에 5년 자격정지 맞을까…KBL과 해외 진출 사이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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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09:00
KBL "영입 제안 안 받는 건 곧 리그 입성 거부…5년 정지 필요"
FA 시장 달구는 이대성 사례로 주목…'제도 손보자'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자유계약(FA) 시장이 개장 이틀 차부터 뜨겁다.
FA 공시를 신청해 KBL 복귀의 문을 열어둔 국가대표 출신 가드 이대성(미카와) 때문이다.
이대성은 선수로서 최대한 다양한 행선지 후보를 확보하고 싶었고, 일본에서 뛴 지 1년 만에 KBL 복귀까지 염두에 뒀다.
이대성이 흔치 않은 '해외 도전' 사례라 더욱 주목된다.
이대성은 대구 한국가스공사 소속으로 뛴 2022-202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고, 해외 무대로 나섰다.
KBL에서 뛰다가 해외로 진출한 대표적 사례는 방성윤(은퇴)이었다. 그는 2008년 임의해지 제도를 활용해 미국 농구에 도전했다. 지난해 박재현(은퇴)도 임의해지 후 일본에서 뛰었다.
임의해지는 보류권을 가진 구단이 소속 선수를 묶어놓는 규정으로, 구단 동의가 없으면 이적이 불가능하다.
임의해지를 이용하거나 은퇴를 공시하지 않고 해외로 나간 선수는 이대성이 사실상 최초다. FA(자유계약)의 뜻처럼 본인이 원하는 팀과 협상해 행선지를 구했다.
이대성 이전에 이런 사례가 없었던 이유가 있다.
FA 시장에서 국내 팀 한 곳에서라도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도 이를 무시할 시 '입단 거부 선수'가 돼 5년간 선수 자격을 잃는다.
(서울=연합뉴스) 프로농구 선수 이대성이 2일 서울 서초구 힐튼 가든 인 서울 강남에서 열린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2 [A2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국내 팀의 제안을 뿌리치고 다른 리그로 가면 5년간 KBL 복귀가 불가능하다.
해외 리그에 도전했다가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선수 경력을 이어갈 곳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KBL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해 해외로 나간다고 밝힌 이대성이 1년 만의 복귀까지 염두에 둔 이유도 이 '5년 금지 조항'의 여파를 외면할 수 없었던 걸로 풀이된다.
이 규정대로라면 이대성은 적어도 38세까지는 일본 등에서 경쟁해야 한다. '노장'으로 지위가 보장되는 한국과 달리 아시아 지역 선수들과 해마다 생존 경쟁을 치러야 한다.
고졸 신인이 흔치 않은 KBL에서 대졸 선수가 1라운드에 지명되면 보통 5년 계약을 맺는다. 군 입대 기간을 포함하면 서른 전후에야 첫 FA 자격을 얻는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채 해외 진출을 감행하면 선수 생활 황혼기에 뛸 곳이 없어지는 문제에 봉착한다.
'5년 금지 원칙' 아래 상위 리그에 도전하기보다는 보수적이고 안정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된다.
물론 KBL이 '자유 계약'이라는 원칙과 배치되는 이런 제도를 유지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여러 팀이 공식적으로 내놓는 영입의향서를 모두 거절하고, '뒷돈'을 받아 특정 팀과 거래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공식 제안을 하나라도 받으면 그 팀에 가라는 뜻이다.
아울러 대어급 FA가 팀에서 빠져나가면 타 팀에서 보상선수나 보상금을 받는 기존 시스템을 '수호하는' 효과도 있다.
현 체제에서는 이대성처럼 FA 자격을 받고 외국 리그로 떠나버리면 기존 소속팀이 큰 손해를 안는다.
이대성이 지난해 국내 구단으로 이적했다면 한국가스공사는 2022-2023시즌 이대성의 보수 5억5천만원의 200%에 해당하는 보상금(11억원), 또는 보상선수+보상금(전 시즌 보수의 50%인 2억7천5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해외로 가는 바람에 전력 강화 방법이 사라졌다.
김성태 KBL 사무차장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FA 설명회에서 "자율 협상 이후 영입의향서를 받을 기회를 주는 건데, 그마저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건 리그에 들어오지 않다는 거부의 뜻으로 해석돼 5년 자격 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A 선수가 '옛 소속팀' 동의 없이 해외에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5년간 선수 자격이 부정되는 게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앞서 설명해드린 바와 같다"고만 답했다.
김 차장은 지난해 FA 설명회에서도 관련 질의에 리그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임의해지 제도를 활용하면 해외 진출에 장애물이 없다고도 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외의 상위 리그를 경험해보려면 기존 소속팀과 합의가 전제돼야 함을 언급한 셈이다.
사실 이대성도 '옛 소속팀' 한국가스공사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의 도전 의지를 존중한 한국가스공사가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다른 팀도 영입 제안을 하지 않았다.
정이인 한국가스공사 사무국장은 이 조항에 대해 "일본은 개방을 통해 리그를 키웠고 우리도 어느 순간에는 그런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국장이 보기에 이번 '이대성 사태'로 인해 FA를 둘러싼 규제가 완화되는 흐름이 역행할 가능성이 생겼다.
구단들이 손해부터 생각해 더욱 주요 선수의 해외 진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국장은 "규정이 있는 한 제도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면 지금까지 사례를 볼 때 (FA가) 자유로워지는 흐름을 막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건 다들 아실 테지만 10개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손대범 해설위원은 이대성의 사례와 별개로 '5년 금지 조항'을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밝혔다.
손 해설위원은 "내부에서 키운 스타를 떠나보내는 구단과 리그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KBL은 다른 스타들을 충분히 만들어낼 만한 리그다. 타 리그에서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 선수들이 배우는 게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