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천병혁의 야구세상] 왕조를 꿈꾸는 LG, 지난겨울에는 무엇을 준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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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16:16
우승 직후 전력 보강 실패…불펜 누수는 최대 약점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왕조를 구축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었다.
왕조 구축은 향후 수년간 KBO리그에서 최강팀으로 군림하겠다는 것이다.
스포츠계에서 '왕조'(dynasty)에 대해 명확한 정의는 없다.
최소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략 5년여에 걸쳐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내면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관점에서 출범 43년째를 맞은 KBO리그에서는 5개 팀이 왕조를 세웠다.
1986∼1989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1983년부터 1997년까지 9번이나 정상에 오른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는 기간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KBO리그 최초의 왕조였다.
해태의 뒤를 이은 왕조는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현대 유니콘스다.
현대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4차례 우승을 차지한 뒤 KBO리그에서 사라졌다.
2000년 이후에는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와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가 차례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SK는 2007∼2012년에 걸쳐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 세 번, 준우승 세 번을 차지했다.
SK의 바통을 바로 이어받은 삼성은 2011∼2014년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15년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삼성 다음 주자는 두산이었다.
두산은 2015∼2021년에 걸쳐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 세 번, 준우승 4번의 기록을 세웠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렇게 영광스러운 왕조의 시간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 LG의 팀 전력이 지난해만 못한 것 같다.
지난해 LG는 최근 KBO리그에서 보기 드물게 투타에 걸쳐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특히 상·하위 타선 구분 없이 가공스러운 타력과 팀 승리를 반드시 지켜내는 철벽 불펜은 타팀에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했다.
문제는 LG가 겨우내 아무런 전력 보강을 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LG는 원소속 자유계약선수(FA)인 오지환, 임찬규, 함덕주와 재계약했을 뿐 외부에서 전력 수급을 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도 애덤 플럿코 대신 디트릭 엔스를 영입하면서 만족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LG의 최대 강점이었던 불펜이 예년 같지 않다.
KBO리그를 대표했던 특급 마무리 고우석은 미국프로야구로 진출했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했던 이정용은 입대했다.
게다가 함덕주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이탈한 데 이어 최근에는 최동환마저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 중 불펜의 핵심인 고우석과 이정용, 함덕주는 올 시즌 전력에서 제외되는 것이 이미 예정됐다.
그런데도 LG가 겨우내 대체 자원을 확보하지 않은 것은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
불펜을 나머지 투수들로 꾸려도 충분히 우승 전력이라고 자체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10개 구단 최강이었던 팀 타선은 올해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조금씩 기복을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LG의 전력이 '절대 1강'으로 군림했던 지난해보다 못한 것은 분명하다.
사실 LG의 전성기는 지금보다 1990년대였다.
아쉽게 왕조라는 평가는 받지 못하지만, LG는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97∼1998에는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LG 구단의 한 고위급 인사는 훗날 "1994년 우승 직후에도 전력을 보강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후회했다.
프로스포츠계에서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이 우승 직후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게 강팀을 만드는 기본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팀이 우승 기분에 취해 내년에도 괜찮을 거라고 하는 안일한 판단을 하다 무너지곤 한다.
물론 LG는 지난해보다는 못하다고 하지만 올해도 상위권 전력으로 우승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하지만 지난겨울 다소 아쉬운 시즌 준비에 왕조 구축의 원대한 꿈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