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직무 정지를 통보하고, 대한체육회는 이에 맞서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갈등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이기흥 회장이 2025년 1월로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려는 상황을 두고 벌어지는 힘겨루기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세 번째 연임을 위해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돼 있다.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을 심사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지난 12일 열렸고, 대한체육회의 주무 부서인 문체부는 11일 저녁에 이기흥 회장에 대한 직무 정지를 전격 통보했다.

이를 두고 대한체육회는 문체부가 회장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체육계 일각에서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에서 업무 방해와 금품 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 대상이 된 이기흥 회장이 3선에 도전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10일 수사 의뢰, 11일 직무 정지 통보가 차례로 이뤄진 상황에서 12일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승인해준 스포츠공정위의 결정을 두고 공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문체부는 '이기흥 회장이 임명한 사람들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가 이기흥 회장의 연임 허용을 심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으나 이기흥 회장은 10월 전국체육대회 폐막일 기자회견에서 "공정위 구성을 변경하려면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바꾸거나, 다음번 제도 개선을 통해 바꿔야지 지금 변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밀어붙여 결국 자신이 임명한 위원들로부터 3선 도전 승인을 받아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독립적 심의의결권을 가진 위원회로서 주무 부처의 시정 명령이 있는 경우 해당 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체육회 사무처 독단으로 수용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절차의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사실을 꼬집은 셈이다.

또 대한체육회가 '스포츠공정위 심사 전날인 11일 문체부가 직무 정지를 통보해 공정위 심사에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것에도 문체부 관계자는 "10일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조사 결과 비리 혐의로 수사 의뢰된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관계자는 "국민체육진흥법상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승인권이 있는 주무 부처는 산하 공공기관이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관리 감독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현재 이기흥 회장이 체육회장 선거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문체부의 선거 개입을 주장하는 것 역시 논리적 모순"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과 간부급 임원들도 연달아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에 비판적인 입장을 냈고, 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스포츠인권연구소 등 체육계 시민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이기흥 회장은 셀프 심의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하는 등 이 회장을 겨냥한 선거 불출마 압박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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