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올림픽] 1만4천㎞ 날아와 5초만에 탈락…참가에 의의 둔 진짜 올림피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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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1 09:00
키리바시 15세 유도 소녀 티브와, 개회식 기수로 잊을 수 없는 경험
난민팀 수영 대표 발시니 "다른 난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파리=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흔히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말 그대로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실제로 네덜란드 같은 경우에는 아예 올림픽 입상 가능성이 없는 선수는 출전 자격을 갖췄더라도 파견하지 않겠다고 해 자국 선수와 법정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27일 개막한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정말 참가에 의의를 두고 나온 진정한 올림피언들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먼저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키리바시의 유도 선수 네라 티브와가 대표적이다.
2008년생 티브와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도 여자 57㎏급 1회전에서 다리야 빌로디드(우크라이나)에게 한판으로 졌다.
경기 시작 신호가 나오고 불과 5초 만에 경기가 끝났다.
그런데 키리바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거리는 무려 1만4천㎞나 된다. 직항편도 없어 비행기 환승에 거의 이틀 이상이 걸려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왔다.
경기는 너무 금방 끝났지만 티브와는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키리바시 선수단 기수를 맡아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올해 15세인 그는 이번 대회 유도 선수 가운데 최연소다.
수리남의 배드민턴 선수 소렌 오프티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는데 당시 세계 랭킹 1위 리총웨이(말레이시아)를 만나 0-2(2-21 3-21)로 완패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의 스위치에게 0-2(5-21 7-21)로 졌다.
심지어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인 조바니 토티(이탈리아)와 경기에서는 무릎을 다쳐 기권해야 했다.
성적을 생각했다면 '이럴 거면 올림픽에 왜 나왔나' 싶겠지만 오프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리총웨이와 겨뤘던 것"이라며 "파리는 나에게 꿈의 도시"라고 말했다.
남미 수리남에서 7천㎞ 이상을 날아온 오프티는 "중국 선수에게 졌지만 좋은 점수도 몇 개 따내서 다행"이라며 "개회식에서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를 볼 수 있었던 경험도 잊을 수 없다"고 즐거워했다.
난민 대표팀 마틴 발시니는 수영 남자 접영 200m에 출전했으나 2분00초73으로 예선 탈락했다.
출전 선수 28명 가운데 27위다. 2분대 기록은 발시니와 꼴찌인 제럴드 헤르난데스(니카라과) 2명뿐이다.
이란 출신 발시니는 2022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망명 과정에서 7개월간 수영 연습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그는 "다른 사람들, 특히 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올림픽에 나온 이유를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의 펜싱 선수 올레나 크라바츠카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폭격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있는 집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고, 8월 3일 단체전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집이 부서졌는데, 어차피 메달도 따지 못할 올림픽이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크라바츠카는 올림픽에 나왔다.